설레임의 포스트잇
학창 시절 도서관에서 자리를 비운 친구 자리에 몰래 가나초콜릿을 가져다 둔 적이 있습니다. 여학생 후배에게 대필을 시킨 설레임의 포스트잇과 함께 말이죠. '오빠 이거 드시고 힘내세요!' 정도의 글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모두들 모른 척하고 자리에 돌아온 그 친구의 반응을 곁눈으로 감시했었습니다. 내색 없이 슬며시 숨겨 놓더라고요. 반나절 정도 모른 척해주면서 그 친구의 두근두근 설레임을 지켜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그 후로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놀려먹는 소재로 잘 써먹고 있습니다.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의 포스트잇
2003년 개봉한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는 평범한 남자가 7일간 신이 되어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짐 캐리 주연의 코메디 영화입니다. 신이 된 주인공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기도와 소원이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하는데요. 사람들의 기도를 포스트잇으로 치환하는 기적(?)을 행합니다. 효과는 그리 신통치 않아서 결국에는 야후훼 이메일로 소원을 받게 되지만 말이죠.
보통명사가 돼버린 포스트잇과 스카치테이프
특정 제품이 너무나 유명해져서 그 제품의 상표가 상품 전체를 대표하는 보통명사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는데 그 상표를 사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막심하다고 합니다. 일단 보통명사화가 되어 버리면 아무나 그 상표를 사용하게 되어 타사 제품과의 식별력이 사라지게 되므로 더 이상 상표로서의 가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보통명사화가 돼버릴 정도의 제품이라면 어지간히 잘 팔린 것이 아니라 아예 시장을 점령할 정도의 인지도를 구축한 경우가 많습니다. 3M의 경우에 보통명사화돼버린 상표가 세 가지나 존재합니다.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 그리고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디스켓(플로피 디스크)이 그것입니다.
100년 역사의 혁신기업 3M
3M의 역사는 1902년 연마제용 광물 채굴을 위해 설립되었던 '미네소타 광산 제조회사'(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mpany)에서 시작됩니다. 광산 작업용 사포와 연마제를 생산하던 3M은 1920년대에 물에 녹지 않는 접착제를 발명하게 되면서 세계 최초로 방수 사포를 시장에 출시합니다. 방수 사포는 연마 작업 시 물과 함께 사용할 수 있어 작업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1930년대 3M은 셀로판에 접착제를 발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스카치테이프를 출시합니다. 초기에는 접착제를 셀로판테이프의 가장자리에만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사장이 스코틀랜드 사람처럼 너무 인색(Scotch)한 거 아니냐는 불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명을 지었다고 하네요.
1980년 드디어 포스트잇이 시장에 등장하여 사람들의 소통방식과 행동양식을 새롭게 변화시킵니다. 포스트잇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으로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3M을 대표하는 제품 중 하나가 됩니다.
이후로도 3M은 시대의 요구 상황에 맞는 다양한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며 세계적인 혁신기업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1946년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3M은 1976년에 미국 30대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산업지수에 편입 되게 됩니다.
현재의 3M
118년 역사의 3M은 현재 약 200여 개 국가에서 96,000명의 임직원이 55,000여 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다국적 기술 기업입니다. 3M은 산업용 안전제품, 자동차, 전기전자, 헬스케어 그리고 가정용 소비재 제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으며 연 매출액은 38조 원 규모입니다. 또한 매년 매출액의 5~6%에 해당하는 금액을 R&D 에 투자하고 있는 대표적인 혁신 기업입니다.
2019년 실적은 양호
2019년 기준 매출은 38조 5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8% 감소한 19.2% 를 기록했습니다. 헬스케어와 소비재 제품 매출은 소폭 증가했으나 산업용 안전제품과 자동차, 전기전자 분야에서는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2020년 1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재 둔화에도 불구하고 3M의 1분기 실적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하여 1분기 순이익은 소폭 감소했으나 매출은 오히려 2.8% 증가했습니다. 3M 마스크나 보호장구 등 안전장비 매출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어서 그런지 3M은 올해 분기 배당금을 $1.47로 2% 증가시켰습니다.
2020년 2분기 실적은 흐릴 것으로 예상
2분기 전망은 1분기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3M은 5월부터는 다달이 실적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6월 15일 발표된 5월 실적을 보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하락한 2조 6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019년에 비해 5월에 노는 날이 2일 많아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틀 놀았다고 매출 20%가 까이진 않을 것 같은데... 2분기 매출이 상당히 안 좋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큰 성장은 어려울 수 있다
안타깝게도 3M은 앞으로 큰 성장을 이뤄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전 세계의 자동차와 전자제품 제조시장은 갈수록 둔화되고 있으며 특히나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전과 같지 않은 상태입니다. 실적 부진과 비용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위해 2019년 3M은 전 직원의 3.6%에 해당하는 2,000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합니다.
또한 PFAS라고 알려진 화학물질이 포함된 제품 판매로 인한 환경오염 및 소비자 건강 관련 대규모 소송도 3M 에겐 큰 부채로 남아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관련 소송으로 인해 3M이 1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합니다. 회사를 망하게 만들진 않겠지만 현금 흐름에 부담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3M의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2018년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통적인 제조 기업의 숙명이라고 보아야 할까요? 나스닥이나 다우지수의 끝없는 우상향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다 다우 지수에서 퇴출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될 정도로 주가 흐름은 안 좋아 보입니다.
60년 넘게 배당금을 인상시켜온 배당킹 3M
3M은 100년 넘는 세월 동안 한 차례 중단 없이 배당금을 지급해 온 주주친화 기업입니다. 무려 60여 년간 배당금을 인상시켜온 진정한 배당 킹 기업입니다. 판매하는 제품의 절반 이상이 소모품(한 번 쓰고 버리는)이라서 현금 흐름이 매우 안정적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부채 상황 역시 나쁘지 않은 상태입니다.
3M 의 현재 연 배당 수익률은 3.85% 이며 주당 배당 지급금은 $5.88 입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과거 5년 연 평균 배당 수익률 2.67% 에 비해 많이 높아진 수치 입니다. 그만큼 최근 주가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3M은 배당을 분기별로 지급하며 3월, 6월, 9월, 12월에 각각 지급합니다.
최근 매출 부진과 마진 감소 등의 문제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3M 이긴 하지만 60년 넘게 배당금을 인상해 온 배당성장의 역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100년 역사를 가진 최고의 혁신 기업,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가진 소비재 생산기업, 포스트잇과 스카치테이프로 세상을 이롭게 한 3M(MMM)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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