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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뭐 샀어?

고담시에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콘솔리데이티드 에디슨(ED) 미국주식을 샀다.

배트맨이 지켜주는 고담시

고담시는 DC 코믹스의 영웅 배트맨이 지켜주는 가상의 도시입니다. 온갖 흉악한 범죄자들과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넘쳐나는 덕분에 막장 사건이 끊이질 않는 도시입니다. 성공한 백만장자인 브루스 웨인도 한시도 편히 쉴 날이 없는 그런 도시입니다. 그나마 배트맨의 활약과 고담시 경찰청(GDPD)의 노력으로 조금씩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고 전해 집니다.

 

고담시를 지키는 어둠의 기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2008)

 

고담시의 배경은 미국 최대의 도시인 뉴욕시를 모델로 삼아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뉴욕시는 세계의 수도라는 별명이 말해주듯이 전 세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번화하고 유명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세계 금융의 심장이자 미국 주식 배당투자의 메카인 월스트리트도 뉴욕에 있죠. 뉴욕의 중심지는 타임 스퀘어가 있는 맨해튼 지역이라고 하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번화하고 부유하면서도 유명한 지역이라 유동인구가 터져 나가는 곳입니다. 물론 지금은 팬데믹의 영향으로 텅텅 비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텅텅 비어있다고, 타임 스퀘어 (Pixabay)

 

에디슨과 테슬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근성의 천재 발명가로 평가받는 에디슨(Thomas Edison)은 백열전구를 비롯하여 전선, 발전기, 모터 등 전기와 관련된 많은 발명품을 남겼습니다. 뉴욕시 맨해튼에 처음 전기를 공급한 것도 에디슨이 1880년에 설립한 에디슨 조명 회사(Edison Illumination Company)였습니다. 당시에 에디슨이 사용한 전력 공급방식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류(AC) 220V 가 아닌 직류(DC) 110V 였다고 합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Pixabay)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T)의 최근 행보 덕분에 더욱 유명해진 전기 자동차의 아버지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1880년대 당시에 에디슨의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테슬라는 직류(AC) 보다 고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교류(DC) 를 이용한 전력공급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직류(AC)에 올인하고 있던 에디슨은 테슬라의 의견을 무시하였고 다툼 끝에 테슬라는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테슬라 코일과 함께 교류(DC) 전력공급 시스템을 만들게 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프레스티지(2006) 에 출연한 니콜라 테슬라

 

영화 프레스티지(2006)에 함께 출연했던 다크 나이트

 

전류전쟁(War of Currents)

에디슨이 사용한 직류(DC) 방식의 경우는 전선에서의 전기적 저항 때문에 먼 곳까지 전기를 보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도시 인근에 발전소를 지어야 했습니다. 반면에 고압의 전류를 전송하고 집 근처 전봇대에서 변압기를 사용하는 교류(AC) 방식은 발전소를 소비지역 근처에 지을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테슬라의 교류 시스템은 당시 뉴욕 전체를 장악하고 있던 에디슨의 직류 시스템을 서서히 잠식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에디슨과 테슬라는 전력 공급방식을 두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직류냐 교류냐의 전력 공급방식을 두고 에디슨과 테슬라 사이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과 다툼을 역사에서는 전류전쟁(War of Currents)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2019년 국내에도 개봉했던 영화 전류전쟁

 

전류전쟁 당시에 위기에 몰린 에디슨은 교류방식의 위험성을 대중에 알리는데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조금 과격했던 것이 유기된 개나 고양이, 소와 같은 동물들을 감전사시켜가며 교류의 위험성을 부각했다고 합니다. 급기야는 사형수를 감전시켜 사망에 이르게 만드는 전기의자를 직접 개발하여 사형집행에 투입하기에 이릅니다. 

 

교류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발명된 전기의자 (씬 시티) 

에디슨의 이러한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결국 훨씬 싼값에 전기 공급이 가능한 테슬라의 교류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행사장내 25만 개의 전구를 밝히는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에디슨과 테슬라는 경쟁입찰을 하게 됩니다. 저가입찰로 사업을 수주한 테슬라가 교류를 이용하여 박람회장을 환하게 밝히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교류가 안전하면서도 경제적이라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주는 결정타를 날린 것이죠. 

 

이 전쟁의 결과는 아시다시피 테슬라의 교류(AC)의 승리로 끝나게 되고 교류가 전력 공급방식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긴 싸움 끝에 패배를 인정한 에디슨은 결국 전기사업에서 철수하게 되고 당시 그의 전기회사 Edison General Electric 은 JP모건에 의해 경쟁사와 합병되어 GE(General Electric)로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이 될 뻔 했었다. (GE)

 

콘솔리데이티드 에디슨(Con Edison)

콘 에디슨(Con Edison)은 에디슨이 뉴욕 맨해튼에 처음 전기를 공급했던 1892년 이듬해에 뉴욕시에 설립되었습니다. 이후 170 여개에 이르는 수많은 전기, 가스 및 증기 회사와의 인수, 합병의 결과로 오늘날에 이르게 됩니다. 콘 에디슨은 미국 최대의 도시인 뉴욕시와 그 주변 지역에 전기와 가스, 난방을 제공하는 유틸리티(공공사업을 수행하는 민간) 기업입니다. 현재 뉴욕의 약 360 만 가구에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태양열과 풍력 등 클린 에너지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전기, 가스, 난방 공급 사업과 천연에너지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뉴욕시에 전기를 판다

콘 에디슨의 대부분 매출은 뉴욕시에 전기와 가스, 난방을 공급하는 유틸리티 부문에서 발생합니다. 2019년 기준 전체 매출의 84%에 해당하고 이 중에서도 전기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결국 뉴욕시의 전기 사용량과 전기요금 변동이 회사 매출과 이익 성장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전기요금과 같은 공공요금의 인상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정부에 의해 규제를 받는 유틸리티 사업의 경우 요금 인상을 통한 고성장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공공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 망하거나 하면 곤란하기 때문에 규제 당국이 사업자의 수익률을 일정 부분 보장해 주는 제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콘 에디슨은 2006년 이후로 유틸리티 부분의 수익률이 연간 9~11% 정도로 유지되었습니다. 

 

10% 대의 꾸준한 순이익률

현재 콘 에디슨은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시설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화력발전소 뿐 아니라 1960년대에는 원자력 발전소도 몇 기 가지고 있었다는데 현재는 모두 매각되었고 오로지 전력의 전송 파이프라인 부분만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발전소 매각은 콘 에디슨의 유틸리티 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발전소는 다 팔았다 (콘 에디슨)

 

2020년 1분기 실적

전세계에서 팬데믹으로 인한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뉴욕시의 전기, 가스 소비는 어땠을까요? 뉴욕시와 생사여탈을 함께하는 콘 에디슨의 1분기 실적 발표에 의하면 전년 동기 대비 전기와 가스, 난방 모두 소비가 감소했습니다. 전기는 3.5%, 가스는 10.7%, 난방은 23%가량 사용량이 감소했습니다. 이로 인한 전체 매출은 약 2.5% 정도 감소했습니다. 생각보다 전기 수요가 많이 감소하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가스와 난방 소비의 큰 감소는 전년보다 춥지 않았던 겨울 날씨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전기 소비량은 크게 줄지 않음

 

온난화 때문인가? 가스 사용량은 10% 이상 감소

 

콘 에디슨의 1분기 총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97% 감소했고 순이익도 약 11.6%가량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도시에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회사의 성적표 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매출액은 -7.97% 감소
순이익 -11.56%

 

46년간 배당을 늘려온 콘 에디슨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시에 전기와 가스 등 인프라를 100년 넘게 공급하고 있는 콘 에디슨은 무려 46년 연속으로 배당금을 인상시키고 있는 배당 귀족주 입니다. 올해 연간 배당금은 $3.06이며 배당수익률은 지난 3년 평균으로 3.40% 정도입니다. 46년간 배당금을 늘리고 있긴 하지만 그 인상률은 평균 3% 정도로 그 상승폭은 크지 않습니다. 달팽이의 속도이긴 하지만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해야죠.

 

달팽이의 속도로 46년간 배당은 성장중

 

140년의 운영 역사와 46년간의 배당성장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든 콘 에디션의 사업은 매우 안정적이고 꾸준함을 알 수 있습니다. 회사는 지속성장의 동력으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크게 마음이 가진 않습니다. 지금까지 늘 그러했듯이 뉴욕시에 전기와 가스 인프라 제공 사업만 꾸준하게 사고 치지 않고 잘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장기적으로도 3%대의 배당 수익을 꾸준히 가져다줄 것 같은 기업. 오늘 밤엔 100년 넘게 뉴욕시에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콘 에디슨(티커: ED) 미국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이런 거 좀 하지마

 

콘 에디슨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