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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뭐 샀어?

아폴로 11호를 달에 보낸, IBM 미국주식을 샀다.

아폴로 계획(Project Apollo)

아폴로 계획은 1961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우주 비행 프로젝트였습니다. 아폴로 계획의 목표는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소련보다 먼저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후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 목표는 거듭된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인 1969년 7월 아폴로 11호에 의해 달성됩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가 아닌 행성에 인간의 발자국을 남긴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아폴로 11호 발사 장면 (Pixabay)

 

당시 NASA는 로켓의 발사부터 우주선을 안전하게 지구로 귀환시키기 위해 필요한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습니다. 또한 로켓의 궤도와 우주선의 항로 계산과 기기 제어를 위한 복잡한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 했습니다. 이를 위해 NASA는 IBM의 직원 4,000여 명과 협력하여 아폴로 계획을 위한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폴로 우주선 내부에 들어갈 미니 컴퓨터(라기보다는 소형 집적회로)를 IBM의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기반으로 새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아폴로 우주선에 탑재된 이 작은 컴퓨터는 고작 여행용 가방 정도의 크기였고 메모리는 겨우 4KB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IBM 7090 컴퓨터와 새턴V 로켓 (IBM)

 

케네디 우주 센터의 콘트롤 룸 (IBM)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냉전시기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미국이 소련보다 먼저 인간을 우주로 보내기 위한 NASA 의 프로젝트가 바로 머큐리 계획(Project Mercury) 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후에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한 아폴로 계획(Project Apollo)으로 이어집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는 머큐리 계획 당시에 NASA에서 인간 컴퓨터로 근무했던 흑인 여성 계산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음은 물론 아카데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작에 오를 정도로 작품성까지 인정받게 됩니다.

 

히든 피겨스 포스터 (IMDB)

IBM 은 머큐리 계획 등 NASA의 우주 임무에 필요한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과학 계산용 컴퓨터를 개발합니다. 주인공과 계산팀의 동료들은 NASA 에 IBM 컴퓨터가 도입된다는 소식에 일자리를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월등한 계산 능력을 가진 IBM 컴퓨터에 의해 많은 일자리가 대체될 테니까요.

 

컴퓨터의 시대가 다가올것을 내다본 주인공 도로시는 IBM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스스로 독학합니다. 그리고 계산팀 동료들에게도 IBM 프로그래밍을 교육시킵니다. 결국 그녀는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NASA 전산팀의 매니저 자리에 오르게 되고 동료들도 IBM 프로그래머로 고용됩니다. 이후에 주인공 도로시는 NASA의 IBM 컴퓨팅 분야의 선구자가 된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주인공 도로시와 IBM 7090 컴퓨터

 

주인공 중 한명인 메리 잭슨 (NASA)

 

1981년 IBM PC 의 탄생

1970년대 말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애플 II 컴퓨터가 시장에 출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돈이 된다고 본 IBM에서도 1981년에 개인용 컴퓨터인 IBM PC 5150을 출시합니다. IBM 이 만든 최초의 16비트 PC(퍼스털 컴퓨터) 이자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시초가 되는 역사적인 모델입니다. 

 

IBM PC 5150 (Unsplash)

IBM PC는 내부 아키텍처와 관련 기술을 모두 공개해서 누구나 자유롭게 주변기기나 호환기종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정책을 택합니다. CPU, 메모리, 주변기기 등 하드웨어와 운영시스템(OS)를 호환되는 타사의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는 IBM 호환 PC(조립 PC?)의 역사가 여기서 시작됩니다.

 

이러한 아키텍처 개방 정책은 결국 IBM 의 PC 사업을 망하게 만드는 게기가 됩니다. PC의 제조사가 누구인지 보다 어느 회사의 CPU가 탑재되었는지, 어떤 운영시스템(OS)을 사용하는지가 PC 선택에 있어서 더 중요한 세상이 된 것이죠. 결국 IBM은 2005년에 PC 사업부를 중국의 레노버에 통채로 매각합니다. 

 

당시 IBM 에 CPU 부품과 MS-DOS 운영체제를 납품하던 두 하청업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이후 전 세계에 폭발적으로 보급된 개인 PC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되고 이로 인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IBM과 IBM의 경쟁업체 모두에 CPU를 팔아 떼돈을 벌게 되는 인텔  (Unsplash)

워렌 버핏이 버린 회사

워렌 버핏은 한 때 IBM의 최대 주주였습니다. 워렌 버핏은 과자나 음료수 등의 소비재나 석유, 은행이나 철도 등 기간산업에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보통신 IT 기업에 대해서는 그 분야는 잘 모른다는 핑계로 투자를 피해 왔었는데요. 워렌 버핏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IBM 주식을 대거 매수하여 결국 IBM의 최대 주주가 됩니다. 

 

그런데 IBM 주가는 2010년 초반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강력한 플랫폼 생태계와 클라우드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는 모습을 보여서 일까요? 과거의 영광에만 안주해서 일까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2018년 워렌 보핏은 IBM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고 단호하게 선언합니다. IBM 에 대한 자신의 투자는 실수였으며, 대신 구글이나 아마존 주식을 사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IBM을 팔아버린 워렌 버핏은 이제 애플 주식을 대거 매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핸드폰도 아이폰 11로 바꿨다고 하네요.

 

I made a mistake.

레드햇 인수로 클라우드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다

IBM 은 2018년 오픈소스 클라우드 기업인 레드햇을 무려 340억 달러(한화로 약 39조) 라는 어마 무시한 금액으로 인수합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장악한 클라우드 시장을 재편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이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강자 레드햇 인수


레드햇은 오픈소스인 리눅스의 기업형 버전인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와 어플리케이션 서버인 JBoss 등 미들웨어 제품으로 유명한 회사인데요. 특히 쿠버네티스 기반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업에 강점이 있는 오픈소스 기술 기업이라고 합니다. 회사 로고인 빨간 모자는 소프트웨어의 자유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피자헛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레드햇과 피자헛 그리고 현재는 모자를 벗은 네이버

클라우드 사업부 출신 최고 경영자

IBM 은 올해 4월 클라우드와 AI 사업부 부사장 출신의 아르빈느 크리슈나를 CEO로 전격 교체합니다. 그는 인도 공대를 졸업하고 1990년에 IBM에 입사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IBM 연구소에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양자역학, 블록채인 등 미래산업 핵심기술 연구와 신기술의 혁신을 주도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2018년 레드햇 인수도 그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IBM 의 신임 CEO 아르빈느 크리슈나 (IBM)

지난 2012년 취임했던 전임 CEO 버니지아 로메티의 재임기간 동안 IBM 의 주가는 무려 26%가 하락합니다. 같은 기간에 S&P 500 지수는 무려 160% 가 올랐는데 말입니다. 재직기간 동안 하이브리드와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을 위해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로의 변신을 꾀했으나 그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공돌이 출신 CEO의 등장을 반기는 느낌입니다.

 

이번 IBM 의 CEO 교체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의 성공사례를 밴치마크 했다는 시선이 있어서 재밌습니다. 2014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과거 PC 시절의 영광에 안주해서 모바일 시장 진입에 실패한 채 어두운 터널에 들어가는 듯했는데요. 개발자 출신인 사티아 나델리를 최고 경영자로 교체하면서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서는 데 성공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CEO 사티아 나델리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리는 취임 후 '클라우드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 라는 기치 아래 클라우드와 모바일 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습니다. 결국 시티아 나델리는 쓰러져가던 공룡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를 멱살 잡고 클라우드 제국으로 우뚝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애플에 이어 2위이며, 아마존과 함께 시가총액 1조 달러가 넘는 천상계에 올라 있습니다.

 

https://news.microsoft.com/2014/03/27/satya-nadella-mobile-first-cloud-first-press-briefing/

 

Satya Nadella: Mobile First, Cloud First Press Briefing - Stories

Remarks by Satya Nadella, Chief Executive Officer, San Francisco, Calif., March 27, 2014

news.microsoft.com

110년 역사의 기술 기업 IBM

IBM 은 1911 년에 CTR(Computing Tabulating Recording Co.)이라는 회사로 탄생했고, 1924년 현재의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 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2011년 6월에 창립 100주년이 되었습니다. IBM 은 창립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컴퓨팅 분야의 기술을 선도하고 혁신적인 제품으로 성장해 온 최고의 기술 기업이었습니다.

 

IBM 은 2019년까지 무려 27년간 세계 특허 출원 1위의 기록을 세운 기업입니다. 2019년 한 해에만 9,000 개가 넘는 특허를 취득했다고 IBM 측은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양자컴퓨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신사업 관련 특허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IBM 은 그동안 회사 내 노벨상 수상자를 무려 6명이나 배출하는 등 지난 100년간 최고의 기술 기업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19년 미국 특허 출원

2020년 1분기 실적은 실망스럽다

IBM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했습니다. 매출은 176억 달러로 3.4% 감소했으며 주당 순이익은 1.84 달러로 무려 18% 감소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클라우드 분야의 매출이 증가한 것인데요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습니다. 이마저도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돈 성적이어서 최근 주가가 나 홀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2020 년 1분기 실적 (아래는 19년 1분기)

 

IBM 이 집중하는 클라우드 사업분야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입니다. 아마존 AWS 나 구글 클라우드, MS Azure 같은 회사들과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할 생각은 없는 것 같고요. 대신에 전통적으로 IBM 이 강했던 시장인 은행이나 항공사등 거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레드햇 인수 목적도 거기에 닿아 있는 것 같구요. 

 

배당수익률은 무려 5.35%

세계 최고로 오래된 기술 기업 IBM 이 앞으로 클라우드 시장에서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레드햇을 인수하고 새로운 CEO의 교체로 긍정적인 기대를 높이기는 하는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경쟁자들이 워낙 쟁쟁해서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당은 꾸준히 잘 주고 있습니다. 지난 24년간 꾸준히 배당을 늘려오고 있습니다. 물론 회사의 매출과 이익은 야금야금 줄고 있지만 말이죠. 최근 주가의 추락으로 배당수익률은 무려 5.35% 까지 치솟았습니다. 배당수익률만 보면 덩치에 비해 분명 매력이 있는 기업입니다.

 

25년간 꾸준히 배당은 늘리고 있다.

 

오늘 밤엔 설마 대마가 죽기야 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지난 100여 년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던 공룡기업, IBM 미국 주식을 매수했습니다.